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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가 되는 그날까지" … 코치가 된 어머니

조회 : 952

등록일2009-09-17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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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사회

 

"국가대표가 되는 그날까지" … 코치가 된 어머니

김백상 기자

 

"아들이 국가대표가 될 때까지 경기장에서 휠체어를 당겨줄 겁니다."

 

지난 13일 오후 일본 도쿄 국립올림픽기념유스센터의 '도쿄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 보치아 2인조 결승전. 1급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부산 남구의 특수학교 혜남학교 2학년 우정민(18)군은 코치 강경둘(46·여)씨와 마주보고 휠체어에 앉아있다. 우군이 새어나가는 발음으로 "옆으로, 위로" 등을 말하면 강씨는 휠체어를 정교하게 움직여준다. 그리고 우군이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표적구로 공을 굴린다.

 

도쿄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 보치아 종목

 

금·동메달 목에 건 부산 혜남학교 우정민군

 

함께 훈련하며 함께 경기장서 뛰는 母子 화제

 

경기장을 등지고 있는 강씨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우군의 얼굴뿐. 그러기에 1급 뇌병변 환자와 코치가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가가 승패의 중요한 관건이다. 서울팀과 짝을 맞춘 우군의 승리로 그날 도쿄 경기장에는 태극기가 휘날렸다. 우군과 강씨 콤비는 이틀 전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영화 말아톤에서의 어머니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이지만 저는 함께 뛰어야 합니다."

 

강씨는 눈빛만 봐도 우군의 상태를 읽을 수 있는 '맞춤형 코치'이다. 자신이 바로 우군을 낳아 기른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강씨는 "아들이 운동을 원하는데 마땅히 휠체어를 끌 사람이 없어 자연스레 같이 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땄지만, 처음에 강씨 부부의 시련은 컸다. 돌을 갓 지난 아들이 장애판정을 받자 아버지는 술에 빠졌다. 어머니도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상처에서 벗어나는데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들의 장애를 숨기기보다 오히려 세상에 드러내니 상처가 저절로 치유됐습니다."

 

부모는 우군의 장애를 인정하자 행복해졌다. 함께 소풍을 가고, 영화를 보러 갈수록 장애의 그늘이 사라졌다는 것. 심지어 10년 전 우군의 아버지가 사고후유증으로 직장을 잃어 수급자 가정이 되었지만 가족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강씨는 "여태껏 정민이 때문에 남편과 싸워본 적은 없다"며 "오히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아들 덕에 행복한 집안이 되었다"고 말했다.

 

집안의 행복은 우군에게도 이어졌다.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우군은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지금도 학교 학생부회장을 맡을 정도다. 부모들은 우군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런 우군의 성격이 눈에 띄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보치아 선수로 발탁되기도 했다.

 

아들의 선수생활은 어머니의 희생을 요구했다. 다만 강씨가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늘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강씨는 우군의 수업이 끝나도 함께 경기장에서 1~2시간씩 훈련을 하고, 경기가 있을 때는 오전에도 '특훈'을 해야 한다. 함께 땀 흘리는 어머니 덕에 우군은 이미 국내에서 10여 개의 입상성적을 거뒀다. 첫 국제경기였던 도쿄경기에서도 금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어 자신의 꿈인 장애인올림픽 국가대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갔다.

 

어머니 강씨는 "경기 중에 정민이를 바라보며 휠체어를 당길 때는 오히려 아들이 나를 이끌어 주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가족에게 정민이는 큰 힘"이라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보치아

 

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 그리스의 공 던지기 경기에서 유래됐으며 볼링과 유사하다. 가로 세로 12.5m, 6m의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공을 경기장 안으로 굴리거나 발로 차서 보내, 표적구에 가장 가까이 던진 공에 대하여 1점이 주어진다.

 

장애등급별로 경기가 진행되며, 1급 뇌병변일 경우 코치가 휠체어를 움직인다. 단 코치는 선수를 마주보고 있어야 하며, 고개를 돌려 경기진행 상황을 쳐다볼 수 없다.

 

 | 5면 | 입력시간: 2009-09-17 [10:35:00]